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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팔았던 우리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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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08.03

1.

 

 

우리가족은 엄마,아빠,나와 누나 이렇게 네명이서 살았다 지금은 누나와 나 둘뿐이지만..

 

 

우리가족은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엄청 가난했다 겨울엔 LPG가스로 난방을 해야했고 그마저도 너무 추워서 창문에 에어캡을 붙이고 그 위에다가 비닐로 덧 대고 그랬는데 그렇게해도 너무 추워서 잘땐 입이 덜덜 떨릴정도였다

 

 

우리 부모님은 남보다도 못할정도로 사이가 안좋고 매일같이 싸웠었다 얼마나 심했냐면 새벽에 아빠가 엄마를 두들겨패는지 엄마의 비명소리가 목이 찢어질 정도로 컸었는데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방에서 귀를 틀어막고 늘 울었고 우리 누나는 항상 그런 나를 달래줬었다..자기도 무서웠을텐데..

 

 

누나는 나보다 2살많고 피아노를 되게 잘쳤었다 어렸을때 엄마랑 같이 피아노학원에 누나를 데리러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누나가 피아노를 치는걸 처음봤었다

 

 

누나의 피아노 치는모습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다 무슨 곡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잘쳐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본 기억이 남아있다

 

 

때는 내가 16살때, 우리 아빠라는 인간은 집을 나갔었다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아빠는 그때 도박,여자,술,폭행...참 화려한 인간이다 경찰서도 들락날락 제 집 안방 드나들듯이 갔다오는 그런 쓰레기같은 인간이였다

 

 

평소처럼 온 집안을 개박살 낼것처럼 엄마랑 싸우고 집을 나갔었는데 그 뒤로 들어오지않았고 지금도 뭐하며 사는지 모른다..그냥 죽어서 영영 소식이 안들렸으면 한다

 

 

아무튼 아빠가 집을 나간뒤로 엄마는 좀처럼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아빠처럼 매일같이 술을 마셔댔고, 취하면 맨날 죽자는 소리, 죽고싶다는 소리만 해댔었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마음아픈 바람을 신이 들은건지, 그 다음해 내가 17살이 되고 엄마는 급성알콜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는데 누나는 울지않았다 눈물이 없는건지 아니면 현실이 믿기지 않는건지...아직도 궁금하다

 

 

나와 누나는 그렇게 둘이 살게됐다. 친척이란 작자중에 우리를 신경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아주 가끔 외할머니가 반찬을 싸들고 오는거 아니면 아무도 우릴 찾지않았다. 말그대로 우린 '버려진 자식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나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누나는 피아노 강사가 되겠다며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했고 내가 누나를 책임질 생각으로 학교를 관두었다. 누나는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난 개의치않았다 누나를 정말 사랑했기에 유일한 내가족이니까 그냥 지키고 싶었다

 

 

나는 별의별 온갖 아르바이트는 다 해본것 같다. 서빙,전단지,주유소,노가다...참 많이도 했다 죽을만큼 힘들때도 있었고, 엄마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때도 많았지만 그냥 묵묵히 참고 일을 했다. 그저 살고싶었고 더 나아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일을, 누나는 공부를 각자 열심히했고 누나는 집에서 멀지않은 대학교 음대에 합격했고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나와 누난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누나는 뒷바라지 해서 고맙다며 자기가 꼭 성공해서 나 호강시켜주겠다고 했다. 나는 말만도 고맙다했고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린 무난히 생활을 이어갔다 나도 20살이 되던해에 식료품공장에 취직을했고 반년 넘게 일해서 돈을모아 중고 아반떼를 샀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는데 꼭 성인이 되서 돈을 벌면 제일먼저 차를 사겠다 다짐했었다

 

 

비록 중고차이지만 내 차가 생겼다는게 너무 기뻤고 누나도 좋아했다. 나는 운전 연습 열심히해서 누나 드라이브 시켜 주겠다고 했고 누나는 아니라며 자기가 나중에 해주겠다고 막 웃으며 실랑이를 벌였다

 

누나도 공부를 하면서 알바를 했는데 버는 족족 옷,신발 뭐 비싸보이는것도 그냥 거침없이 사주고 그랬었고 나는 그런누나가 그저 좋기만했다 돈을 얼만큼 버는진 몰랐지만 그냥 따지지않고 누나가 주면 고맙다고만 하고 말았다

 

 

 

좀처럼 웃을날 없던 우리 남매가 점점 웃음을 되찾았고 그렇게 앞으로도 행복할줄만 알았다

 

 

누나가 그런일을 한걸 처음 알게된게 내가 21살때였다 누나는 언젠가부터 집에 엄청 늦은 새벽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안들어오곤했었는데 그마저도 집에 들어오면 술냄새를 풀풀 풍겼었고 심지어 향수냄새마저도 얼마나 뿌려댔으면 코가 다 아플정도로 심하게 났었다

 

 

나는 누나가 대학생활을 하거나 알바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남자친구도 생기고 그런건줄로만 알았다. 그러면서 술도마시고 외박도 하는거겠지 생각했고 그런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여느 날처럼 누나는 또 만취한채로 새벽 늦게 들어왔고 나는 우당탕하는 소리에 깨서 현관으로 가봤더니 누나가 신발을 벗다 넘어지고 아주 상태가 말이 아니였다 나는 "술 좀 적당히 마시고다녀" 라고 핀잔을 줬지만 이미 꽐라가 되버린 누나는 내말이 당연히 들릴리가 없었다

 

 

누나를 부축해서 침대에 눕히고 누나가 가져온 짐을 옆에다 뒀는데 문득 맨날 가지고 다니는 저 에코백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살짝 꺼내보기로 했다. 안에는 옷이 있었는데 굉장히 짧은 원피스였고 그 에코백 바닥엔 온갖 종류의 콘돔, 러브젤, 여성청결제가 있었다

 

 

나는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알던 누나는 그런 누나가 아닌데...도대체 뭘하고 다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그러면 안되지만 누나의 폰을 들고 잠든 누나의 엄지손가락을 잡아다가 폰에대어 잠금을 해제했고 카톡,문자를 막 뒤져보았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카톡 대화창이였다 '●●실장님', '●●오빠' 등등 거의 남자들과의 카톡뿐이였고 그 실장이란 사람이랑 나눈 대화를 봤는데 이해할수 없는 대화내용이였다

무슨 시간이랑 알파벳 등등 실장이 그런카톡을 보내면 누나는 네 또는 출근했어요 라고 답장을 해놨었다

 

 

나는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고 누나가 그런일을 했다는 상상을 하니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충격을 너무 심하게 받아서 어지러울 정도였고 가만히 앉아 멍때리다가 점점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내가 이럴려고 뒷바라지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론 내 눈엔 마냥 순해보이고 착한 누나가 그런일을 했다는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꿈을 꾸는게 아닐까하고 현실을 부정했다

 

 

다음날 술이깨면 누나한테 자초지종 묻고 따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내가 누나한테 너무 실망한 나머지 말도 걸고싶지않았고 하물며 그런누나가 너무 더러워보였다

 

 

항상 잘해주고, 뭐만하면 나중에 나한테 이거 해주겠다 저거 해주겠다 그랬었는데..왜 그랬을까..이유가 있었을까? 하며 어떻게든 이해할려해도 몸이 거부했다 그러곤 누나가 사줬던 선물들은 죄다 더러운 돈으로 샀다 생각하니 더이상 손으로 만지고 싶지도 않아서 그 새벽에 다 봉투에싸서 갖다버렸었다

 

 

누나는 낮이 다되서야 일어났고 나에게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하고 물었고 나는 "그냥 들어왔던데" 하고 말았다

솔직히 아무런 대꾸를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도 티는 내긴 싫었기에 당장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은 해야만 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누나가 무슨말을 해도 그냥 단답으로 일관했다 누나는 처음엔 그런내가 이상했는지 "무슨 기분 안좋은일 있어?" 하곤 물었지만 나는 "아냐' 하고 말 뿐이였다

 

 

누나한텐 항상 해맑게 대하고 그랬는데 도저히 이젠 그럴수가 없었다 누나는 매일같이 무슨일있냐, 표정이 왜그러냐

물었고 나는 대충 그냥 일이 힘들어서, 요즘 피곤해서 라고 둘러대며 누나를 피했다

 

 

그렇게 몇주, 몇달이 지나니 더 이상 누나도 왜그러냐 묻지않았고 대화도 점점 줄어들게됐다 누나는 이따금씩 "요즘 뭐 필요한거없어?" 하고 웃으며 말을 걸고는 했지만 나는 없어 하고 늘 그랬듯 단답으로 일관했다

 

 

내가 그래서 그런건지 아니면 뭐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이 갈수록 누나의 낯빛이 어두워 지는게 느껴졌다 솔직히 내 알바 아니였다 그냥 더이상 신경쓰고싶지 않았고 평생 갈 정도로 실망해버렸기에 차라리 따로 살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러다 주말에 집에서 같이 밥먹게 되는 날이 있었는데 옛날이였다면 밥먹으면서 각자 회사나 학교에서 있었던일 같은걸 얘기하면서 웃으며 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수저가 그릇에 부딪히는소리만 날뿐 아무런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다

 

 

조용히 밥을 먹다가 대뜸 누나가 나를보며 "우리..이사가면 좋겠다 그치? 아파트로 갈까?" 라며 말을 걸었는데 나는 순간 화가 폭발해서 들고있던 숟가락을 바닥에 힘는힘껏 내던졌다

 

 

누나는 너무 놀래서 아무말도 못하고 손을 벌벌 떨고있었고 나는 그런 누나에게 "말 좀 걸지마 시발 역겨우니까" 하고 집을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행동은 너무 과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땐 어렸고 너무 충격적이였고 몸을 파는 누나가 더럽게만 느껴져서 같이 한 공간에 있는것조차 싫었다..

 

 

 

나는 밖에나가 집에서 한참을 멀어지도록 걸었고 어느순간 여기가 어디지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멀리왔었다 나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밖에서 폐가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담배만 피워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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