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마간 여자의 체온과 살냄새에 코를 묻고 있었을까, 내 목을 감은 여자의 팔이 풀리더니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만남도 인연인가. 어제의 술자리가 없었다면 이 여자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을 텐데….
사랑스럽다. 여자의 눈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다시금 옛 기억 속의 그녀가 떠올랐고, 어느새 기억 속의 그녀와 내 눈앞 여자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손을 여자의 얼굴로 가져갔다. 여자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다.
내 손은 여자의 가지런한 이마를 지나 그녀의 눈썹과 발그레한 볼을 쓰다듬었다.
귓불은 석류처럼 익어 있었다. 내 손길이 귓가의 주름을 만질 때 여자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아마도 간지러웠겠지….
한참 동안 내 손은 여자의 귓불을 보듬고 있었고, 여자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약간 벌어진 여자의 입술 사이로 하얀 치아가 보였다.
여자의 귓가를 더듬던 내 오른손은 여자의 입술 선을 따라 가만히 흐르다 여자의 턱으로 내려갔다.
"까르르르르…."
내 손이 간지러웠을까.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도 내 손길을 피하지는 않는 여자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턱선을 따라 여자의 전체적인 얼굴 모양을 확인한 내 손은 다시 위로 올라갔다.
여자의 아랫입술에 다다랐을 무렵, 여자의 입술이 내 손을 가두었다. 여자의 입안에 갇힌 내 손가락을 통해 여자의 치아가 느껴졌다. 여자는 내 손가락을 입으로 문 채 귀엽게 웃고 있었다.
"피식."
그녀의 장난기가 고마웠다.
여자의 입술에서 내 손이 빠져나왔다. 여자의 입술은 여전히 조금 열려있었고, 그 사이로 여자의 혀가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듯한 그 움직임에 무의식적으로 여자에게 다가갔다. 따뜻했다.
내 입술은 여자의 입술을 살짝 덮고만 있을 뿐이었지만, 여자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여자의 눈을 바라보면서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고 있었다.
내 오른손이 다시 여자의 귓가를 맴돌기 시작하자 여자의 입술이 약간 벌어졌다. 희미하게 느껴지던 여자의 숨결이 내 입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의 눈이 서서히 닫혔다. 내 기억 속의 여자도 이렇게 입술을 맞댄 채 귓가를 만져주면 입술을 열어주었었다.
서로의 치아가 부딪혔다.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내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무엇인가가 내 혀를 살짝 건드리고는 다시금 더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여자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가 다시 펴졌다.
여자의 입속으로 사라진 그 부드러운 것을 찾기 위해서 내 혀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 곧 입천장에 붙어서 떨고 있는 그것을 찾아내어 살짝 건드려보았다. 그건 내 혀의 움직임에 놀란 듯이 약간 경직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피하지는 않았다.
다시 그것을 살며시 밀어보았다. 여자의 입속에 있는 그것은 밀리지 않은 채 내 혀를 맞받아 내기도, 살짝 밀어내기도 했다. 마치 어린 꼬마끼리 실랑이를 벌이듯이….
"피식."
좀 짓궂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내 혀를 난폭하게 여자의 입속으로 넣기도, 여자의 입속에 들어있는 그것을 내 입속으로 강하게 당겼다. 한동안 그것은 반항하듯이 힘을 줘 버텼지만, 곧이어 내 입속으로 딸려 오고 말았다.
난 내 입속으로 딸려 온 여자의 그것을 놓아주기가 싫었다. 그래서 다시 여자의 입속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다. 그것은 체념한 듯 내 혀의 움직임에 흔들리고 있었고, 얼마 안 가 내 혀의 움직임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 입속을 탐험이라도 하듯이 여자의 그것은 살짝살짝 움직여 건드려보고 있었다. 내 혀는 그런 여자의 움직임을 가만히 놔둔 채 다시 여자의 입속으로 향하여 부드러운 그것의 뿌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그시 눌렀다.
"끅…."
순간 여자의 목에서 억눌린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자의 혀도 황급히 자신의 입속으로 되돌아갔다.
여자의 입속에서 물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제 여자의 혀는 더 이상 내 혀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고 있었다. 내 혀가 밀어대면 부드럽게 받아주었고, 다시 내 입속으로 되돌아올라치면 따라왔다.
여자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맞닿은 부분 사이로 무언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여자와 나의 타액이리라….
난 여자의 귓가를 쓰다듬던 손을 들어, 내 입술과 맞닿아있는 여자의 입술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그러고는 여자의 입술에서 내 입술을 떼었다.
난 입술을 띄운 채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여자는 입술을 벌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떨고 있었다.
가만히 여자의 입술을 쓰다듬으면서 미소지를 지어주었다. 여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한동안 내 눈을 그윽이 바라보더니 눈을 감으면서 다시 내 목을 살짝 당겨왔다.
이제 더 이상 내 기억 속의 그녀와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를 구분하던 장벽은 없어졌다. 이미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내 앞에서 눈을 감고 입술을 벌린 채 나를 갈망하고 있었다. 마치 귀중한 물건에 입을 맞추듯, 여자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만났고, 곧이어 떨어졌다.
내 입술은 여자의 입술에서 내려와 살짝 턱에 머물렀다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입술이 여자의 턱을 내려가자, 여자는 살짝 고개를 들어주었다. 분명 다음의 내 행동을 기대는듯한 움직임이었고, 그런 여자의 반응에 힘을 얻은 듯 내 혀는 아래로 내려갔다.
여자의 목에 닿은 내 입술은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내 혀에 쓸리는 여자의 부드러운 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내 혀가 여자의 목을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쓸어올리자, 여자의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잔뜩 긴장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어깨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을 여자의 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일까, 여자의 미간이 긴장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눈은 뜨지 않은 채였고, 난 그런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이불을 아래로 내렸다.
"으…. 음…."
차가운 아침 공기에 맞닿은 그녀의 몸은 약간 꿈틀거렸지만, 이불을 다시 당겨 덮지는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밝은 아침햇살에 드러난 여자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훅…."
난 여자의 아랫배 근처에서 머물러 있는 이불자락을 꽉 쥔 채 거칠어지는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단번에 이불을 걷어 던져버렸다. 갑자기 젖혀지는 이불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내 행동이 난폭해서 두려웠던 것일까…. 화들짝 놀란 여자의 두둔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은 내 눈과 마주치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눈앞에 드러난 여자의 나신은 차가운 아침 공기와 내 시선 때문인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체념인가. 아니면 다음의 내 행동에 대한 기대인가…. 아마도 그 둘 모두가 여자의 의식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으리라….
시선을 내려 여자의 드러난 나신을 바라보았다. 하얗다 못해서 창백하게 드러난 여자의 피부 사이로 파르스름한 실핏줄이 보이는 듯했다.
그 젖가슴 위로 살짝 도드라진 여자의 유두가 보였다. 창백한 여자의 피부에 약간의 색채감을 띤 여자의 유두는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여자의 유두에 잠깐 머물러있던 내 시선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옴폭한 여자의 배꼽을 지나 내 시선은 여자의 아랫배에 다다랐다. 조금의 군살도 없는 여자의 아랫배는 거칠게 뛰어대는 자신의 심장박동에 따라서 힘겹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내 시선은 더 아래로 내려갔고, 여자의 하반신 일부를 겨우 가리는 것을 보았다. 그 색은 여자의 피부보다 지나치게 짙어, 어울리지 않게 이질적으로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벗겨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시선을 내렸다.
내 시선은 작은 삼각주를 지나 실핏줄이 보이는 허벅지를 따라 내려갔고, 가느다란 종아리와 오므려진 발가락에서 멈췄다. 두 다리는 붙어 있었지만 발가락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피식."
여자의 발가락은 지금 내 눈앞에서 자신의 나신을 드러내 보이는 여자의 기분을 나타내고 있는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시선은 종아리에서 시작해 두 손으로 가린 여자의 눈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방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반듯이 누운 여자의 나신은 어둠 속 모습과 달리 은은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내 시선은 다시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그 순간, 여자의 눈이 살짝 열리며 내 시선과 잠시 마주쳤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고, 호흡이 살짝 가빠진 듯했지만, 그것이 단지 내 착각일지도 몰랐다.
여자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여자의 귓속으로 살짝 바람을 불어넣었다.
움찔….
간지러운가 보다. 여자의 얼굴이 내 입김을 피하는 것 같이 도리질을 친다.
"네 눈을 보고 싶어. 눈을 뜨고 나를 봐줘."
여자의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가면서 도리질이 멈추었다. 그러고는 여자의 두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의 두 팔을 얼굴 양옆으로 내려놓으면서 얼굴을 들었다.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여자의 두 눈은 잠깐 감겨있었지만, 연이은 재촉에 살며시 벌어졌다.
여자의 두 팔을 누른 채 내려다보고 있던 내 눈길과 여자의 눈길이 만났다. 미소 짓는 나를 보면서 여자는 마주 웃어주었지만, 여전히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반짝이고 있었다.
"널 안고 싶어. 허락해 주겠니?"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던 것일까. 여자의 얼굴에 잠시 당혹감이 스치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의 두 팔을 놓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붉게 물든 작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두 볼을 어루만진 뒤, 천천히 곧은 콧날을 따라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작고 얇은 입술을 살짝 스쳤다.
여자의 입술이 열렸다, 마치 입맞춤을 원하듯이…. 살짝 여자의 입술에 입 맞춘 나는 여자의 볼에서 두 손을 거두었다.
내 두 손은 여자의 귓불로 옮겨져 부드럽게 움직였다. 내 손길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내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내가 그녀의 귓바퀴를 따라 손을 움직일 때마다 여자의 어깨는 아래위로 들썩이며 벗어나려는 듯했다.
내 손은 여자의 어깨를 지나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곧 젖가슴 근처에 닿았고, 내 손길을 느낀 여자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시선에서 벗어난 내 눈길은 자연스레 여자의 젖가슴으로 향했다.
두 손으로 덮기에 여자의 젖가슴은 너무 나약해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맑은 여자의 젖가슴을 내 투박한 두 손으로 덮기에는 미안했다.
내 손은 여자의 가슴 언저리에서 벗어나 겨드랑이 사이로 내려갔고, 상체를 숙여 입술을 여자의 젖가슴으로 가져갔다.
내 숨결을 느낀 것일까. 여자의 상체가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여자의 왼쪽 젖가슴이 심장박동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하얀 젖가슴 위로 오목하게 들어간 유륜은 약간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다. 어두운 색이라 해도, 다른 여자들의 그것에 비하면 너무나 옅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내 입술이 그런 여자의 유륜 주위로 다가가 살짝 밀어냈다.
"하…. 아…."
여자의 젖가슴이 살짝 튀어 오르면서 나직한 신음이 들려왔다. 그런 여자의 반응은 여타의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자의 왼쪽 젖가슴을 입술로 덮쳤다.
"아헉…."
여자의 상체가 조금 전보다는 더 휘어졌다.
내 입술이 여자의 젖가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자, 내 입술의 움직임을 따라 여자의 상체가 좌우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입술은 여자의 유륜까지만 다가갔다가 물러났고, 여자는 무언가 안타까운 듯 가슴을 들어 올리려 했다.
반듯이 누워있는 여자의 피부에 닿고 있는 것은 내 입술뿐이었고, 내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여자의 상체가 출렁였다.
내 입술이 지나간 곳은 내 침으로 인해 번들거리고 있었지만, 여자의 유두만이 건조한 채로 타는듯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내 입술이 여자의 함몰된 유두로 거슬러 올라갔다. 조금씩, 조금씩….
여자의 유두를 향한 내 입술의 행보는 너무나 굼떴고, 그런 내 입술을 기다리다 못한 여자의 젖가슴이 내 입술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시 내 입술이 유두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재촉하면 내 입술이 도망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여자는 상체를 심하게 떨면서도 조금 전처럼 내 입술 쪽으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런 여자를 더 이상 애태우기에는 너무 미안했고, 드디어 내 입술은 여자의 유두 위에 도달했다.
"하악..."
순간 여자가 단말마 같은 비명을 내뱉으면서 상체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는 이어질 여자의 반응을 궁금해하면서 내 입속에 있는 여자의 유두를 살짝 힘을 줘 깨물었다.
"악…."
순간 여자의 상반신이 침대 아래쪽으로 기울어지며 내 곁을 벗어났다. 고개를 살짝 들어 내려다보니, 여자는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내 입을 벗어난 여자의 유두는 타액에 젖어 번들거렸다. 그리고 여자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너무 세게 깨물었던 것일까….
"아팠니?"
여자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큰 아픔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자극에 놀라 반응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그런 당황 속에서도 여자의 두 손은 여전히 침대 시트를 꼭 쥔 채 어서 내 입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여자가 바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대로 따라가기는 싫었다. 조금 더 여자의 숨겨진 반응을 찾아내고 싶었기에 그저 가만히 상체를 세운 채 여자의 나신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