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욕실
“고마워요. 삼촌….”
“한동안 못 가니까 돈 아껴 쓰고 항상 조심해. 그리고 집에 잠시라도 들리면 전화할게.”
“네”
건조한 대화가 오갔다. 대근 역시, 자신을 학교에 보내 주고 생활비까지 주는 삼촌이 고마운 것은 당연했지만,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힘들어할 때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가족의 빈자리가 아주 크게 느껴졌다. 항상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터라 웬만한 것에는 그리 크게 상처를 받지 않았던 소년에게 어제의 일은 충격적이었다. 여자아이들 앞에서 병진의 오줌 세례를 받은 일은 잊기 힘든 큰 모멸감을 대근에게 안겨주었다.
대근은 강해지고 싶었다. 강해져서 복수하겠다는 생각보다, 최소한 자신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두렵고, 쉽게 용기가 나지 않겠지만 평생 괴롭힘을 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은 거 역시 사실이었다. 그리고 앞집 누나와 함께라면 뭔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의 머릿속에, 그 누나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리고 소년은 그런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당당함을 원했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누나가 살고 있는 맞은편 오피스텔로 향했다.
대근은 그 누나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평소에 하지 않는 운동 때문인지 몇 층 되지도 않는 건물의 계단이 소년에게 버거워 보였다.
소년은 계단을 올라서 코너를 돌자, 누나의 오피스텔이 있는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멋진 모습의 젊은 남자가 오피스텔 문을 열고 누나와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근은 발걸음을 멈추고 계단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모든 게 소극적인 소년이었기에 놀란 것은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조금 전 눈앞에 보이던 그 남자와 비교했을 때 왠지 모르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자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겠지…. 누나같이 이쁜 여자를 남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겠지….”
소년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 않은 듯 벽에 기대어 선 채 한숨과 함께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버렸다.
꽤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소년은 몸을 돌려 천천히 그 누나의 집으로 향했다. 지금쯤이라면 분명 그 문 앞에 있던 남자도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고….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초인종 대신 문손잡이를 무의식적으로 돌렸다.
잠겨 있지 않은 문…. 의외로 쉽게 문이 열리자, 소년은 의구심이 생겼다. 문득, 혼자 사는 여자의 집이라면 이렇게 문을 열어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샤워 부스의 요란한 물소리가 현관문을 닫는 소년의 귀에 들려왔다.
‘누나가 샤워하는 건가?’
소년의 마음속에서 단순한 샤워 소리이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했지만, 누나의 욕실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단순한 샤워 냄새가 아니었다. 꽤 매캐한 냄새가 욕실에서 흘러나와 누나의 방안을 잠식하고 있었다.
분명, 소년은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고, 누나의 냄새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끈적하고 퇴폐적인 냄새가 진동하는 방안에 거칠게 벗겨져 내린 듯한 누나의 티팬티가 눈에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절규하듯 신음하는 누나의 목소리가 물소리와 함께 욕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하…. 하…. 상전아.... 살살 해줄 수 없을까? 아…. 부, 부탁이야….”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음흉한 소리가 커질수록 소년은 확신에 가득 찼다. 분명, 욕실 안에 누군가가 누나와 함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조금 전에 보았던 그 근육질의 남자가 누나와 함께 욕실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왠지 모를 분노에 소년은 누나의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
“대근아…. 대, 대근아…. 좀 더…. 좀 더…. 아….”
순간, 분명 희미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서려 했던 소년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분명,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누나의 목소리는 애절하고 간절해 보였다.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은밀한 욕실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밝은 빛을 작은 문 틈새로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발길은 천천히 밝은 빛을 내뿜는 욕실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년은 작은 문틈 새로 욕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아….”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급하게 아랫도리가 조여오면서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옥희는 어제의 꿈이 마음에 걸려 아침부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외로움이 그녀의 성욕을 증폭시킨 것도 있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소년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아침은 진한 콜롬비안 에스프레소로 시작했다. 진한 커피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작은 빛살 한 줄기가 커튼 사이로 더러워졌다. 옥희는 자신도 모르게 대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부터인가 소년이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것을 그녀 역시, 부인하고 싶지 않았다. 옥희는 어느새 다 식어 버린 에스프레소 잔을 내려놓으면서 소년이 살고 있는 맞은 편 고시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튼이 드리워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년의 향기가 그녀의 콧속을 자극하는 듯했다. 분명, 그녀의 심란한 마음은 소년에 대한 작은 연민과 그리움으로 뒤바뀐 게 분명해 보였다.
그때였다. 그녀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로서 방문을 두드릴 사람이 없었다. 그 와중에 옥희는 내심 자신의 방문을 두드릴 사람이 대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말 대근이가 찾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대, 대근이니?”
옥희는 그녀만의 작은 기대를 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앞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젊은 청년이 과일 접시를 들고 서 있었다. 그 역시 운동을 좋아하는지 민소매 러닝만 입은 채 그을린 근육질 몸을 뽐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옆집 사는 사람인데, 최근에 이사 오셨죠?”
“네.”
“반갑습니다. 저도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네….”
“저, 여기 과일인데 드시겠어요? 제가 과일을 너무 많이 사서…. 나눠서 먹고 싶어서요.”
“가, 감사합니다.”
아주 매력적으로 생긴 그 남자는 짙은 눈썹 밑 날카로운 눈빛으로 옥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실루엣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넘칠 듯한 육체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던 그로서도 처음 보는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과일 접시를 전해 받은 어색한 분위기에 말을 잇지 못하는 옥희를 향해 그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혹시 만나는 사람 있어요?”
“네?”
적극적이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옥희는 놀란 듯 보였다.
“죄송해요.”
분명 그녀는 싱글이었지만, 별다른 대답 없이 단호한 한마디로 그의 질문을 묵살했다.
“아쉽네요.”
“죄송해요. 그래도 과일은 잘 먹을게요.”
“잠시만요.”
“네?”
“그럼, 세컨드는 어때요?”
“네?”
“세컨드여도 괜찮은데, 그냥 외로울 때 만날래요?”
“죄, 죄송해요. 그럼….”
옥희는 급하게 문을 닫았지만, 급작스러운 남자의 질문에 놀랐는지 심장 소리가 문밖 남자한테 까지 들릴 듯이 크게 울렸다.
갑작스러운 호의에 이어진 남자의 당돌한 한마디는 옥희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옥희는 조용히 현관문에 귀를 대고 밖의 소리를 들었다. 금방 돌아갈 듯 보였던 청년이 아쉬운 듯, 아직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복도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옥희는 그가 떠나자 안심한 듯 조용히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다행히 문밖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고요했다.
옥희는 뒤돌아서서 현관문도 잠그지 않은 채 기대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세상 그 누구라도 탐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그녀를 스스로가 강제로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많이 외로웠다. 가볍게 누군가를 만나 외로움을 달랠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사연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스스로 자기 육체를 함부로 남자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분명 조금 전의 남자는 매력적이었고 한 번쯤 그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웬만한 여성이면 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매력적인 남자 보다 자기 육체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남자가 필요한 듯했다.
그런 그녀의 깊은 고뇌 속에는 그녀도 모르게 떠오르는 남자 둘이 있었다. 분명 하나는 대근이었지만 대근뿐만은 아닌 듯했다. 오랫동안 잊으려고 애썼던 이름이 분명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스스로 그 이름을 떠오르는 것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는 듯했다.
하지만 통제하면 할수록 그녀의 육체는 더욱더 그를 원하는 듯, 그녀의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명하게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어제 꿈속에 대근이가 나타나 자신을 탐한 것은 분명 그녀의 성적 갈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방증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참아왔던 그녀의 욕구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분명 그 둘 중에 전화를 걸어 그녀를 처절하게 나락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남은 양심과 이성으로 그녀는 그것만큼은 최대한 막고 싶은 게 분명했고, 그것 때문인지 그녀는 다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조금 전 그 청년을 찾고 싶었다. 그녀의 변태적인 욕구를 얼마나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복도에서 이리저리 서성였다. 하지만 청년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분명, 조금 전 그 청년의 호기라면 한 번 더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했다. 그래서 평소에 굳게 잠가뒀던 그녀의 현관문도 잠그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욕구를 해결하지 않으면 활화산처럼 터져 올라 그녀의 이성을 잠식할 것이 불 보듯 뻔해지자 서둘러 옷을 걸칠 게 벗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팬티까지 바닥에 떨어지자 완전히 벗겨진 그녀의 음흉한 나체를 그대로 내보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집안 현관문 앞에서 그 청년을 기다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육체는 음란하게 끈적한 냄새를 풍겨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근원인 자기의 보지에 양손을 대더니 그대로 옆으로 벌렸다.
끈적하고 음흉한 색기를 내뿜는 그녀의 육체와는 다르게 아주 순수한, 여리고 작은 분홍색 꽃잎이 그녀의 두 볼은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음순이 전혀 발달하지 않는 그녀의 꽃잎은 정말, 털 하나 없이 태초의 그 모습대로 깨끗하고 순수했다.
그녀가 자기 보지를 양옆으로 벌릴수록 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쫄깃하게 생긴 보지가 번들거리는 애액과 함께 그녀의 동공을 채우기 시작했다.
옥희는 더 이상 그 청년을 기다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육체를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욕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욕조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었다.
쏟아지는 욕조 안의 물은 어느새 발목까지 차올랐다. 어느새 그녀의 뜨거운 호흡과 욕조 물 때문에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더불어 유리 벽을 뿌옇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어 그녀는 익숙한 듯, 마치 추운 겨울날 성에 낀 자동차 창문에 그림을 그리듯, 욕조 유리 벽에 사람 모양 둘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질 듯이 탄력적인 자기 가슴을 천천히 유리 벽으로 가져갔다. 분명 자신이 그려 놓은 사람 모양의 머리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고, 조금 차가운 유리 벽의 냉기가 그녀의 젖가슴으로 천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진정되지 않고 날뛰는 자기 심장 소리가 고막을 터질 듯이 난타했다.
누나가 분명했다. 누나의 처음 보는 맨살의 젖가슴이 그대로 욕조 유리 벽에 짓눌린 채 그대로 투시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여자의 젖가슴도 놀라웠지만, 보기만 해도 아찔한 엄청난 크기의 풍만한 누나 젖이 놀라울 정도로 야해 보였다. 유리 벽에 누나의 젖가슴이 처절하게 짓이겨질수록 소년은 연신 입맛을 다시며 침을 삼켰다.
“대근아. 맛있니? 맛있으면 좀 더 세게 빨아줘!”
누나의 목소리는 애절하게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소년의 육근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강렬하게 위로 솟아올랐고, 강렬한 고통을 소년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옥희는 더욱더 큰 자극을 원했다. 자기 육체를 만족시켜 줄 더 큰 자극을 원했다.
지금이라도 그 청년이 자신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여,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의 음란한 욕구를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대근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분명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대근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육체에 위안을 줄 수 있었다.
옥희는 천천히 뒤로 돌아 근처에 있는 치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유리 벽 그림으로 가져가더니 그림의 어느 위치에 립스틱을 바르듯, 치약으로 입 모양을 그려 넣었다.
그녀가 크게 한숨 쉬자, 젖가슴이 출렁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서서 젖을 먹이듯, 서서히 그녀의 젖가슴을 치약이 묻어있는 그림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치약을 통해 아주 알싸한 고통이 젖꼭지 끝에서부터 그녀의 육체를 고통스럽게 몰고 가기 시작했다.
“아….”
그녀는 분명 고통스러웠지만, 젖가슴을 더욱 강하게 유리 벽에 밀착시키며 오로지 고통의 쾌락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또 다른 쾌락을 그녀의 육체가 요구하는 듯했다. 음란한, 그녀의 잘 익은 엉덩이를 천천히 유리 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대로 유리 벽 그림 위로 천천히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자극적인 몸부림은 그녀를 충분히 더 강한 흥분으로 몰고 갔지만, 방금까지 젖꼭지로부터 느꼈던 고통의 쾌락은 좀처럼 더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 엉덩이 깊은 골까지 자극을 원한 듯했고, 이에 화답하듯 양손을 내밀어 잘 익은 매끈한 엉덩이를 우악스럽고 적나라하게 벌려 제쳤다.
그녀의 깨끗한 항문과 보지는 그대로 노출되었고, 더 강렬한 자극을 위해 천천히, 그리고 점점 유리 벽 가까이 가져갔다.
그때였다. 아직도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소리와 그녀의 신음에 가려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거친 또 다른 호흡이 욕실 밖에서 들려오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