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과장님."
"네."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들던 정훈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유정 씨를 바라보았다.
"이번 달 판매 수량하고 남은 재고 수량이 맞지 않는데요?"
"혹시 지난번 특판 때 물량 나간 거 빠뜨린 것은 아닙니까?"
"아니에요. 그것도 포함했는데 맞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이 서류 끝내고 내가 검토해 보죠."
"알겠습니다."
잠시, 정훈을 바라보던 유정이 자리로 돌아갔다.
"이상하네? 빠뜨린 건 없는 것 같은데…."
"네. 저도 두 번이나 확인했는걸요…."
"흠…."
유정의 말에 정훈은 긴 한숨을 쉬며 모니터를 바라보다, 이내 서류를 다시 뒤적이기 시작했다.
"안 되겠네요. 부장님께 보고드릴 서류가 급하니까, 그것 먼저 해결하고 나중에 다시 살펴봅시다."
"알겠습니다."
정훈이, 모니터를 응시하며 유정이 내미는 커피잔을 돌아다보지도 않은 채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유정이 의자를 당겨 정훈 옆에 나란히 앉았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야근까지 하시고…."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누가 또, 압니까. 나중에 내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그때 유정 씨가 도와주면 되잖아요."
"...."
정훈이,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향하자 그런 정훈의 옆 모습을 유정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서정훈….
입사 당시부터 줄곧 지켜보았지만, 정훈은 이제껏 한 번도 아래 사람들에게 짜증스러움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정훈이 그저 속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늘 단정하고 예의 바른 정훈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정훈의 옆 모습을 바라보며 유정이 부드러운 시선을 정훈에게 던지고 있었지만, 그런 유정의 시선을 모르는 듯 정훈은 여전히 모니터를 응시한 체 빠른 동작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오케이! 찾았다!"
자리에 앉아, 열중하고 있는 정훈을 바라보던 유정은 소리를 질러대는 정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정훈에게 다가갔다.
"봐요! 여기, 지난달 재고 수량 중에 말일 날 부산 지소로 내려간 물량이 빠졌어요."
"....."
유정이 정훈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모니터를 바라보자, 정훈은 코끝으로 스며드는 기분 좋은 향기에 유정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지난달 부산 지소로 내려간 물량이 300%…. 이월 재고 수량에 300%를 이렇게 넣으면…. 봐요! 재고 수량이 딱 맞아떨어지죠."
"어머! 정말이네요!"
"휴…. 겨우 찾아냈네요."
"죄송해요. 제가 차근차근 살펴봤으면 됐을 텐데…."
"찾아냈으니까 됐어요. 다음부터 주의하면 돼요."
"...."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는 정훈을 바라보던 유정은 다시 한번 정훈에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늦었는데, 내가 바래다줄 테니까 같이 내려가요."
"아니에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서 과장님 집은 반대 방향이잖아요."
"괜찮겠어요?"
"네. 들어가세요."
"그래요. 그럼 나 먼저 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내일 봐요."
정훈이 이내 주차장 쪽으로 멀어지자, 유정은 조금 서운한 마음으로 정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한 번만 더 자신에게 권유했다면 못 이기는 척 정훈을 따라나섰을 텐데….
"왜 이렇게 늦었어요?"
"뭐 좀 정리할 게 남아서. 유란이는 자?"
"벌써 잠들었어요. 식사 안 했죠?"
"응. 먹어야지."
"어서 씻고 와요"
아내 희진이 정훈이 내미는 양복 윗도리를 건네받아 옷장에 걸자, 정훈은 천천히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여보."
"응?"
식탁에 앉아 구수한 된장찌개를 입으로 가져가던 정훈이 희진의 부름에 시선을 들었다.
"나, 내일 엄마한테 유란이 잠시 맡기고 어디 좀 다녀와야겠어요."
"어디 가게?"
"여고 동창회 모임이 있어서 거기 좀 다녀오려고요. 그러니까 저녁때 엄마네로 와요."
"알았어. 끝나는 대로 바로 갈게."
정훈이 다시 분주히 식사를 계속하자, 희진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정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형부의 소개로 만남을 시작했던 정훈…. 첫 만남에서부터 온화하고 부드러운 정훈의 성품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선뜻 청혼하지 못하는 정훈에게 자신이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낸 끝에 결국 정훈과 부부가 되었다.
"아하…. 하흠…. 여보…."
"훗…. 훗…."
연신 허리를 움직여대는 정훈의 몸짓에 희진은 두 다리로 정훈의 허리를 감은 체 정훈의 등을 힘들게 끌어안고 있었다.
"아하…. 여보…. 조금만 더…. 여보…."
"학…. 학…."
어느덧 정훈의 등을 끌어안고 있듯 희진의 손이 날카롭게 세워지며 정훈의 등을 파고드는 순간, 정훈은 자신의 모든 힘을 아랫배로 모아 흠뻑 젖어있는 희진의 음부 안으로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어 댔다.
"여보…. 사랑해요…. 여보…. 아…. 헉헉…."
희진은, 마침내 쾌감이 육체 구석구석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턱을 한껏 뒤로 젖힌 체 침대 시트를 거머쥐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순간, 희진의 나신이 정지하자, 때를 맞춰 희진의 음부에 자신의 씨앗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사정을 마친 정훈이 몸을 돌려 숨을 몰아쉬고 있는 희진의 옆에 나란히 누운 채 숨을 고르자, 희진은 살며시 눈을 치켜뜨며 머리맡에 놓인 티슈 몇 장을 뽑아 정훈의 정액과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된 음부를 천천히 닦아낸 뒤 상체를 일으켜 정훈을 바라보았다.
"입으로 해줄까?"
"됐어. 지저분하잖아. 그냥 닦아줘."
"뭐가 더러워. 자기랑 내껀데."
정훈이 말없이 미소를 짓자, 희진은 천천히 상체를 숙여 정훈의 성기로 입을 가져갔다. 정훈은 그런 희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