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여자 친구 김미영…. 조금 사는 집에 딸이고 나와 같은 학년에 같은 미대를 다니고 있지만 전공이 달라 서로 알지는 못하는 여자였다. 170cm 정도 되는 키에 머리까지 길고 체격이 있어 눈에 들어오는 스타일이다. 워낙 커 보여서 마른 내 친구가 옆에 서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다.
미술을 전공한 데다 몸집이 있어서인지 언제나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는데 나름 패션 센스도 있었고 고급스러웠다. 작고 통통한 글래머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큰 건 맘에 들었다.
친구는 자기 여자 친구와 여자친구의 친구를 만나는데 나와 더블데이트하기를 원했다. 자연스레 분위기를 띄워 그날 밤 작업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메뉴판을 본 나는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있는 집 딸이라 그런지, 그녀는 웨이터와도 알았고 먹는 모습도 상당히 우아해 보였다. 나는 주눅이 드는 기분에 괜히 삐딱하게 굴었고, 소개받은 여자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 튕기듯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곧바로 나이트를 갔다. 그런데 여기도 호텔 나이트라 꽤 비싼 곳이었다.
친구는 신나는지 플로어에서도 유난히 큰 동작으로 춤을 췄는데 그게 왠지 촌스럽게 보였다. 나는 그저 술만 죽이고 있는데 친구의 여자가 내게로 다가온다.
"규민 씨는 왜 춤을 안 춰요?"
"나는 원래 시끄러운 거 싫어해"
"근데 왜 말을 놓으세요? 오늘 처음 보면서…."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고, 어차피 말 놓을 거 미리 놓았을 뿐인데 왜?"
"오빠는 원래 그런 스타일인가 보죠? 혼자 잘난척하고 있긴…."그런 와중에 친구가 자리로 왔다. 이 녀석은 분위기도 모른 채 건배하며 연신 마셔댔다.
결국 친구는 취하고 친구의 여자는 멀쩡한 상태인데 작업이 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나이트를 나와 친구의 여자 친구 차로 맨 먼저 소개받은 여자를 바래다주고, 하숙집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 친구인 준욱이와 준욱의 여자친구 미영이를 남겨두고 빠져나왔다.
1시간쯤 지났나? 집에 와 샤워하고 누우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친구의 여자 친구 미영의 전화였다.
"오빠!! 지금 오빠가 너무 취해서 몸을 못 가누는데 좀 도와주세요."
나는 이 녀석이 작전으로 이러나 싶어 친구를 바꿔 달라고 했다. 바보 같은 놈이 엄청나게 취해 버렸다.
"죄송해요. 다시 나오게 해서…."
미영의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친구를 업어 바래다주고, 미영이 집까지 미영의 차를 운전해 주기로 했다. 술을 마신 미영이는 오히려 다소곳해졌다.
"아까는 미안했어요. 괜히 짜증 내서…."
"뭘. 내가 먼저 그랬는데…."
"내 친구 어때요? 예쁘죠?"
"아니. 내 스타일이 아니라…."
"오빠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데요?"
"내 말 잘 듣고 착한 여자."
"외모는요?"
"작고 통통한 글래머 스타일….""음…. 나도 글래머인데 키가 작지 않구나?"
순간적으로 나는 나만의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꼭 이럴 땐 섹스를 할 거 같은 예감이 들곤 한다.
"오빠…. 우리 술도 깰 겸 커피 한잔할까요?"
"비싼 돈 주고 마신 술을 왜 깨냐? 지금 시간이 새벽 3시인데 어디서 커피를 마시냐?"
"내가 좋은데 알아요?"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는데 그곳은 밤새 하는 곳으로 사람도 엄청 많았다. 칸막이와 별도의 방이 있는 레스토랑에는 애인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가득했다.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 웨이터가 들어오자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손님…. 이 시간에 방을 쓰시려면 술을 주문해야…."
"알아요. 커피도 주고 술도 주세요…."
미영이가 쏘듯이 말하고 비싼 양주를 시킨다. 괜히 기분이 다시 나빠진 나는 대놓고 짜증을 냈다.
"야! 너희 집 좀 사냐?"
"왜요?"
"학생이 이런 데서 이렇게 비싼 술 마시고…."
"그래요. 우리 집 돈 많아요. 그래서 뭐? 그냥 술이나 마시죠?"
그녀는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연거푸 마셨다. 나도 얼떨결에 건배하며 연거푸 마셨다.
서서히 알코올이 몸속으로 퍼지고 있을 때 긴 머리를 쓸어올리는 그녀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준욱이가 너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그래요? 준욱 오빠랑 나, 사귀는 거 아닌데….""그러면 왜 만나는데?"
"그냥…. 뭐, 같은 과 오빠고, 나한테 잘해주고, 간혹 과제도 대신해 주고 해서…. 그렇지만 사실 난 남자 별로예요."
"순진한 내 친구 데리고 놀지 마라."
"그럼 오빠는 안 순진한가 보죠? 내가 보기엔 순진 그 자체인데…."
나는 속으로 발끈 약이 올랐다.
"안 순진한 게 어떤 건지 알고 싶니?"
"네…. 어떤 건데요?"
"너, 오늘 나하고 잘래?"
미영은 나의 파격적인 행동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그거 꽤 재미있겠네요. 그래요. 자요!"
나는 그 말에 친구의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이 건방진 여자를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시며 그녀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긴머리…. 큰 눈…. 작은 입과 입술…. 가려져 있지만 브래지어가 눌린 듯 보이는 큰 가슴…. 날씬한 다리…. 큐빅이 박혀있는 하이힐….
발톱에 발린 빨간 루주…. 하얀 피부…. 예쁜 손….
술기운 때문인지 더욱 섹시해 보였다.
"오빠. 우리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가죠!"
그녀는 근처의 호텔로 들어가 능숙하게 프런트에서 체크인하고 키를 받아왔다. 나는 난생처음 호텔을 와본 것이다.
객실로 들어와 화장실로 간 나는 수도꼭지를 어떻게 트는지도 모르겠을 만큼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손을 씻고 나오니 그녀는 올림머리의 우아한 자세로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다가가 나는 거칠게 키스하고 그녀의 목을 핥으며 가슴을 더듬자 한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컸다. 열심히 만지며 목을 애무하는데 그녀는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오빠 짜죠? 잠시만…."
내가 그녀에게서 떨어지자, 그녀가 말한다.
"사실 난 불감증인가 봐요…. 남자랑 해도 아무 느낌이 없어요…. 미안. 샤워 좀 할게요."
오기가 발동한 나는 오늘 밤 그녀를 완전히 울게 만들어 주리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