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와 어른놀이 - 하편2
“어서 핥아.”
“훌쩍……”
항문 주변에 닿는 유미의 혀끝조차 부르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굴욕을 강요하는 나에게 지금 그녀는 무슨 마음을 품고 있을까.
“기억나? 우리 어릴 때……. 네가 남자 고추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내가 보여준 적 있었지. 그 때 너는 무슨 장난감이라도 만지는 것처럼 내 걸 쪼물딱거렸어. 그러면서 너는 내가 여자의 거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하니까, 안 보여주고 얄밉게 도망가 버렸지. 자기만 쏙 재미보고 말이야.”
“…….”
“지금이나 그 때나 다를 거 하나 없어. 너는 그 때처럼 장난치듯이 하면 되는 거야. 대신 이번엔 공평하게 나도 너를 갖고 놀겠지만.”
그러면서 나는 유미의 얼굴을 깔고 앉았던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조금 전까지 내 항문을 혀로 애무하고 있던 유미의 얼굴은 온통 그녀 자신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가 엉덩이를 마구 문질러댄 흔적이었다. 그 지저분해진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는 이유가 단지 수치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또 있는 것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다리 벌려.”
“그, 그건……”
“당장 벌리지 못해! 이 씨발 미미년아!”
그러자 유미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천천히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나는 유미의 두 발목을 잡고는 우악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V자로 찢었다. 가랑이가 활짝 벌어지며 가지런히 나 있는 털들과 탐스러운 두 구멍이 고스란히 다 보였다.
“주인님이라고 해봐.”
“…….”
“어서.”
유미는 여전히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낌을 삼키고 있었다. 손바닥 사이로 빼꼼 열린 입이 더듬거리며 간신히 한 단어를 소리내어 뱉었다.
“주, 주인……, 님……”
“똑바로!”
“주인님……! 흑!”
친구의 입에서 기어코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이성을 잃고 유미의 구멍 안에다 곧장 물건을 찔러 넣었다. 번들번들하게 젖은 조갯살은 귀두를 쑤시자마자 어렵지 않게 좌우로 갈라졌고, 순식간에 자궁 입구까지 닿을 듯이 내 물건은 그녀의 몸 안 깊숙이 틀어박혔다.
“하아아아흑!”
“어때, 응?”
“하흑! 으흑! 아아앙! 하아앙! 하으으윽! 흐아아악……!”
첫 삽입을 하자마자 나는 과격하게 움직여 피스톤질의 속도를 최고봉으로 올려갔다. 하지만 그 성급한 움직임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유미의 안쪽에서는 그 이상으로 샘물이 빠르게 콸콸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조금 뻑뻑하게 느껴졌던 질구의 감촉이 얼마 지나지 않아 미끌미끌하게 젖으면서 질컥거리는 음탕한 물소리가 모텔 방 안에 가득 퍼지게 되었다.
“하아악! 아아아악! 하아아아…… 아으으으응!”
“다시 말해봐, 김유미!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보란 말이야.”
“주, 주인님! 아아앙! 흐. 흐으으악……”
“그래, 이제는 내가 네 주인이야.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우린 이제 친구사이 하지 말고, 이렇게 꼴릴 때마다 씹질이나 하면서 지내면 돼. 알겠어?”
“…….”
유미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손바닥에 가린 그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 순간…… 유미는 필사적으로 바락 소리쳤다.
“시, 싫어요!”
“뭐야?”
“치, 친구사이 아니게 되는 거…… 싫어…… 흐, 흐흑…… 정훈이……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데…… 흐헝……”
“…….”
말문이 막혔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뭉클하기도 했다. 유미는 반항의 대가로 어떤 식으로든 체벌을 받게 될 거라 생각했는지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유미의 얼굴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래, 잘했어.”
“흐흑……”
“그것 봐.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처음부터 반항하지 않았지? 그 똑 부러지는 김유미가 왜 애초에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던 거냐고.”
“…….”
나는 유미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에 고환 아래쪽으로 한 손을 밀어 넣어 그녀의 항문 입구를 문질렀다. 그녀가 두 구멍을 동시에 자극 받는 것에 약하다는 사실을 지난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야무지게 오므라든 항문 입구를 부드럽게 훑어 올리자, 유미의 속살 곳곳에 소름이 돋아나며 몸이 찌르르 진동했다.
“아악! 하아악! 아아앙! 흐하아아앙! 아, 아아아……”
“자, 솔직하게 말해. 난 내숭떠는 김유미는 정말 싫어.”
“조, 좋아…… 흐흑……”
“뭐라고? 똑바로 크게 말해.”
“좋아! 기분 좋아! 흐흑! 기분 좋아서 미치겠어!”
목덜미와 귀는 물론이고, 온몸이 빨갛게 물든 김유미가 거의 발작하듯이 충동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제야 흡족한 듯이 유미의 한쪽 유두를 게걸스럽게 빨아 당기며 그녀의 몸을 더더욱 깊이 탐닉하기 시작했다.
유방을 모두 쥐어짜겠다는 듯 힘껏 움켜쥐고 빨아대자, 유미의 경련하는 두 팔이 내 얼굴을 억세게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다. 젖통에 파묻히는 그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유미가 나를 끌어안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도 즐거웠다.
“그래, 나도 너랑 섹스 하는 게 좋아서 미치겠어.”
절정에 오르기 직전, 나는 유미의 눈물 젖은 얼굴에 그대로 키스했다. 키스만큼은 망설여졌던지 잠깐 멈칫했던 그녀였지만…… 내가 억지로 그녀의 입 속에다 혀를 쑤셔 넣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고분고분 내 혀를 받아들였다.
실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던 소중한 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누며……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몸 안에 울컥 정액의 덩어리를 토했다.
*
“소꿉놀이 기억나?”
“…….”
섹스가 끝나고 나는 유미의 알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다행히 그녀는 지난번처럼 등을 돌리고 눕지는 않았다. 나는 침묵하는 유미의 귓가에 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릴 때 자주 했잖아. 부부놀이, 의사놀이, 공주놀이 뭐 그런 거. 너는 항상 나한테 실감나게 똑바로 하라면서 화를 냈었지……. 지금 생각하면 넌 배우를 했어도 잘 했을 거야. 상황극도 잘하고 연기도 좋아했으니까.”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유미가 품 안에서 잘 들리지도 않을 만큼 희미한 목소리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하루는 네가 나더러 너무 대충한다며 뭐라고 화를 내다가, 결국 우리가 싸웠었지. 넌 그 때 삐쳐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고. 혹시 기억해?”
“그래. 공주놀이를 하는데 네가 백마 탄 왕자 역할이었지. 근데 넌 말 타는 시늉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엄청 속상했어.”
“맞아.”
“심지어 넌 내가 그렇게 화났는데도 결국 그 날 사과하러 오지도 않았잖아.”
유미가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 어쩐지 좋은 징조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옛 추억에 젖었기 때문인지, 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야. 난 그때 엄마한테 혼나고 있었어.”
“왜?”
“네가 화난 거 풀어주고 싶은 맘에, 뽀삐를 데려가겠다며 엄마한테 생떼 쓰다가 혼났거든.”
“뭐? 뽀삐는 왜?”
“말 대신 강아지라도 타면 네가 만족할까 싶어서. 아마 뽀삐가 날 태우진 못했겠지만…….”
“풋…… 뭐야 그게.”
결국 유미도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줄곧 시선을 아래로 깔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던 유미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조심스럽게 내 눈을 마주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바보같이 서로 웃고 말았다.
“우리 이제 어떡할 거야?”
“앞으로도 종종 하자. 소꿉놀이.”
“뭐?”
“어른의 소꿉놀이를 하면 되잖아. 나는 주인님이고, 너는 내 사랑스런 노예. 히히.”
“이게 진짜 미쳤나.”
내 벌거벗은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철썩 후려치는 유미.
“안 될게 뭐 있어?”
“야, 얼렁뚱땅 그런 식으로 넘기려고 하지 마. 이건 심각한 문제야.”
“얼렁뚱땅 넘기는 거 아니야. 난 너랑 섹스 하는 거 좋아.”
“…….”
그러면서 능글맞게도 나는 유미의 통통한 엉덩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유미는 자존심이 상하는 듯 눈을 흘겼지만 딱히 저항하지는 않았다.
“평생 만나본 여자 중에 이렇게 잘 맞게 느껴지는 여자는 또 없었어. 너랑 하면서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너는 나랑 하는 거 싫었어?”
“비, 비겁하게 그런 식으로 연결 짓지 마! 이건 그거랑은 다른 문제야.”
“좋은 것만 신경 쓰면 되는 거 아닐까? 우린 항상 서로에게 솔직했잖아.”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지내면 그게 그냥 섹스파트너랑 뭐가 달라?”
“친구잖아.”
“…….”
“섹스파트너 말고, 섹스프렌드 같은 거 하면 되지. 안 그래?”
그러자 유미는 남은 베개 하나를 집어 들더니, 내 얼굴을 팡 하고 때렸다. 역정을 내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미친! 어디서 영화 같은걸 잘못 봐가지고…… 그게 말이 돼?”
“우리가 말이 되게 해보자. 응?”
나는 유미의 알몸 위로 다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갔다. 유미는 인상을 찡그리며 나에게 떨어지라는 듯, 고사리 같은 주먹을 마구 날려댔다.
“말로 안 되면 꼭 몸으로 밀어붙이지!”
“자자, 지금부터 다시 소꿉놀이 시작이야. 나는 이제부터 주인님, 너는 내 사랑스런 노예.”
“우, 웃기지……”
“당장 일어서, 미미!”
“…….”
한순간에 돌변하여 으르렁대는 내 얼굴을, 유미는 기겁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이게 장난인지 진담인지 살피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이미 그 갈등 이전에 그녀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나고 있었다.
“여기 내 발밑에 강아지처럼 네발로 엎드려.”
“…….”
나는 침대 아래로 내려와 바닥을 가리키며 유미에게 명령했다. 과연 유미가 내 말을 들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유미가 머뭇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그 즐거움은 순식간에 몇 배가 되었다.
“흐흐. 결국 할 거면서.”
쭈뼛쭈뼛 바닥에 엎드린 유미를 두고 나는 바닥에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그 옷들을 모두 길게 일렬로 이어지도록 묶었다. 유미는 바닥에 고개를 숙인 채로 나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무슨 짓을 할까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자, 착하지. 얌전하게 목걸이 하자.”
나는 그 이어 묶은 옷가지들을 마치 개목걸이처럼 유미의 목에 두르고는 끝부분을 손잡이처럼 당겼다. 매듭을 지어놓으니 내가 끄트머리를 잡아당길 때마다 유미의 머리채가 뒤로 젖혀졌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번에는 유미의 팬티를 집었다. 그리고는 그 속옷을 유미의 정수리에서부터 얼굴까지 거꾸로 뒤집어씌웠다.
“흑……!”
겨우 손바닥만 한 팬티였지만 유미의 머리통이 워낙 자그마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눈과 코까지 가려졌다. 자신의 은밀한 구멍이 그대로 닿았을 부위가 얼굴에 씌워지자, 유미는 그 기괴한 느낌에 숨을 한가득 들이켰다.
“자, 이제 가볼까?”
“그, 그게 무슨……”
“산책 나갈 시간이야, 미미.”
마치 암말에게 신호를 내리듯, 나는 유미의 구릿빛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찰싹 때렸다.
*
“하아…… 하아……”
“자자, 힘을 내. 우리 강아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알몸의 유미가 천쪼가리로 만든 개목걸이를 차고 힘겹게 모텔 복도와 계단을 네 발로 기어올랐다. 천장을 향해 엉덩이를 활짝 벌린 채, 두 구멍을 고스란히 나에게 보이며 유미는 열심히 바닥을 기었다.
“빨리 안 가면 사람들이 볼 지도 몰라.”
“흐윽……”
유미는 물론이고, 나 또한 옷을 모두 벗은 채였다. 그녀만 홀랑 벗겨놓고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예전에 유미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노출을 할 거면 공평하게 남녀 모두 똑같이 해야 한다고.
“이제 곧 옥상이야. 힘을 내.”
팡팡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두들겨주자 유미가 허리를 배배 꼬며 부르르 떨었다. 뒤에서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유미의 그곳이 질척질척 젖어가고 있었다. 구멍에서 애액을 흘리며 네 발로 기어가는 친구의 모습에 나 또한 어마어마하게 자극받아, 이미 우뚝 서있는 물건의 끄트머리에서는 쿠퍼액이 찔끔대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후후, 잘했어.”
기어이 그녀가 엉금엉금 강아지처럼 계단을 올라 옥상 문 앞까지 도달하자 나는 칭찬하듯 그녀의 축축한 구멍에 손가락을 쑥 꽂아주었다. 그러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유미가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기분이 어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사람인가 봤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복도 카메라에 찍혔을지도 몰라. 걱정되지 않아?”
“…….”
물론 팬티로 얼굴을 가려놓긴 했지만, 그 얇은 쪼가리 한 장은 그녀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초라하고 애처로워보였다. 나 또한 대충 얼굴을 가린 상태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알몸을 까고 모텔 복도를 가로질러 옥상까지 올라오는 것은 웬만한 수준의 담력으로는 시도하기 힘든 행위였다.
“흐흐, 하긴 우리 미미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몸뚱이가 공개되는 걸 즐기는 아이였지? 너 그 많은 댓글을 일일이 저장해둔 이유가 뭐야? 가끔 생각날 때마다 그 음담패설들을 보면서 자위라도 했어? 그게 그렇게 흥분되든?”
“하흑…… 그, 그래요……”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음부와 항문을 동시에 들락거리며 유미의 귓가에 대고 물으니, 유미는 뜨거운 숨과 함께 간신히 대답을 토해냈다. 솔직하게 대답한 것에 대한 상을 내리듯이, 나는 유미의 엉덩이 골짜기에 얼굴을 처박고는 힘껏 혀끝으로 두 구멍을 핥아 올렸다.
“아아아앙……!”
여전히 목걸이가 채워진 그 머리통이 잔뜩 뒤로 꺾였다. 나는 조심스레 옥상 문을 열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열려있었다. 나는 옥상바닥을 밟고 난 후에야 비로소 유미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아래를 봐, 미미. 예쁘지?”
“하아…… 하아아……”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옥상 난간에 서서 나는 유미의 가랑이 사이를 마구 헤집고 유린했다. 유미는 여기까지 알몸으로 올라오면서 이미 어마어마한 애액을 쏟은 상태였기에, 허벅지가 온통 흘러내린 찐득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자, 이제 엉덩이를 이쪽으로 내밀어. 손은 난간을 짚고. 그래, 그렇지.”
유미가 활짝 벌어진 구멍을 내게로 수줍게 내밀자,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쥐고는 천천히 그 사이로 전진했다. 구멍에 물건이 담가지는 감촉이 느껴지자 오싹한 쾌감에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야외 섹스라……! 상상으로만 해왔던 것을 실제로 이렇게 해보니 여간 짜릿한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유미가 내게 해줬던 말들이 떠올랐다.
“미미야, 기억 나? 네가 나한테 했던 말들……. 누군가의 영향을 받으면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그 말 그대로야. 나는 네 덕분에 새로운 눈을 떴어. 설마 네가 나를 변화시킬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말이야…….”
“주, 주인님…….”
“그래…… 너도 얼른 짖어봐. 솔직하게 다 보여줘.”
“너, 너무 아찔해요…… 이러고 있는 거, 혹시라도 누가 본다는 생각만 하면…… 하아아…… 미, 미칠 것만 같아……”
그녀는 이러한 감각을 ‘케미가 이루어진다’고 표현했었다. 설마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하면서, 다름 아닌 나와 그런 감각을 느끼게 될 거라곤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그대로 유미의 엉덩이를 뭉개버릴 듯 힘껏 몰아치며 쾌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신에 흐르는 쾌감이 유미에게도 똑같이 흐르고 있음이 느껴져 왔다.
“헉…… 허억…… 김유미…… 네 구멍 너무 쫄깃하고 맛있어…… 헉……”
“저, 저두요…… 주인님…… 흐흑…… 주인님 자지가 좋아요. 하악…… 아으으……!”
음란한 구멍에서는 윤활유가 계속 뿜어졌다. 후들거리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그녀의 두 다리에, 미끈한 액체가 끊임없이 타고 흘렀다. 그대로 난간을 부여잡고 우리는 절정까지 치달아 올랐다. 피스톤의 템포가 최고조에 올랐을 땐 그녀도 이미 온 동네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격정적인 신음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아아악! 아아아앙! 아아아…… 하아아…… 아아아아앙!”
또 한 차례의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밤거리의 네온사인에 섞여들 것 같은 몽환적인 기분을 느꼈다.
*
“나…… 부탁이 있어.”
“뭔데?”
불어오는 찬바람에 유미가 그제야 추위를 느끼는지 몸을 움츠렸다. 나는 그녀의 알몸을 꼭 안아주며 물었다. 그러자 유미는 어딘지 수줍어 보이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은 단연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새 이름을 지어줘…… 미미라는 이름은 이제 싫어.”
“…….”
어쩐지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나는 오랜 친구의 입술을 또 한 번 덮쳤다.
*
겨울이 지나갈 무렵,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계절은 계속해서 바뀌었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을 때쯤에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지하게 생각을 했지만 결국 나와 유미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축하해!”
따스한 봄의 햇살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예식장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다. 식이 모두 끝나고 유미가 친구들과 덕담을 나누고 있는데, 그 중에서 문득 혜은이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혜은이는 문득 히죽하고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나 예전부터 꼭 정훈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게 있어.”
“뭔데?”
“정혜은! 너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유미가 옆에서 발끈하며 혜은이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그 당황하는 반응에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결혼해서도 조심해. 김유미가 얼마나 여우같은 앤지 넌 아직도 제대로 모를걸? 킥킥킥……”
“무슨 말이야?”
“그 날 우리가 유미 때문에 연기하느라 얼마나……”
“야! 정혜은! 너 진짜 죽는다!”
결국 유미가 버럭 성질을 내며 혜은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혜은이는 끝까지 깔깔거렸지만 유미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인지 거기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나는 왠지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
“아까 젖었었어?”
“언제?”
“드레스 입고 키스할 때.”
그러자 유미는 얄밉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
“기어코 식 올리는 날까지 그런 걸 시켜야했어?”
“그래서 싫었어?”
나는 침대에 누운 유미의 옷을 모두 벗기고는, 두 다리를 활짝 열어젖혔다. 얌전하게 오므라든 구멍에는 내가 아침에 꽂아주었던 딜도가 아직까지 꿈틀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어땠어? 구멍에 그거 꽂은 채로 웨딩드레스 입으니까.”
“흥…… 몰라.”
“어쭈.”
“흐으으윽!”
단단히 박혀있는 딜도를 손으로 움켜쥐고 안쪽에서 휘저어주니 유미가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찌르르 떨었다. 감았던 눈을 곧 다시 뜨면서 그녀는 멍하니 풀어진 미소를 지었다.
“최고였어…….”
“그래, 착하다.”
수많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그 흥분이 일제히 터져 나오는 듯, 딜도를 뽑자마자 구멍에서는 폭포처럼 애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엄마가 자꾸 놀려.”
“왜?”
“어릴 때 장난으로 결혼시킨다고 했던 게 진짜가 됐다면서. 엄마들도 이렇게 될 줄 몰랐대.”
“흐흐, 당연히 모르셨겠지. 아마 이런 것도 모르셨을 거야.”
브래지어를 벗겨내니 두 젖꼭지에 매달려있는 바이브레이터가 보였다. 순백의 드레스 안으로 이런 음란함을 용케 감추어낸 유미의 노고를 칭찬하면서, 나는 그녀의 온몸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내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유미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나 오늘…… 하루 종일 엄청 힘들었어. 알지?”
“응.”
“그러니까 그만큼 나 행복하게 해줘야 해.”
시트가 벌써부터 축축이 젖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오늘 밤이 무척 길어지리란 사실을 예감할 수 있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씩 웃으면서 유미에게 키스했다.
“알았어. 평생 잊지 못할 첫날밤을 만들자, 유미야.”
“히히…….”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몸을 배배 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선 이렇게 말했다.
“난…… 주인님이 내 이름을 그대로 불러줄 때가 제일 좋아.”
- 끝 -